[Editors Work]청양맛축제_150년간 며느리의 손으로 이어온 술(청양미식회)




청양미식회_청양 술의 맛

150년간 며느리의 손으로 이어온 술



깨끗한 물이 만든 구기자와 술

예로부터 물이 좋은 곳은 술이 맛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조장 대부분이 깨끗한 수원지에 자리 잡고 있죠. 술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물이 필요하니 당연합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들어오는 물 없이 오직 나가는 물만 있다는 청양에도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약주가 있습니다. 청양 특산물인 구기자가 들어간 약주죠. 무려 150년 동안 10대째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이어져 온 가양주입니다. 바로 청양미식회 네 번째 순서, 청양 술의 맛 주인공인 충남 무형문화재 30호 청양구기자주(청양둔송구기주)입니다.


150년간 며느리의 손으로 이어진 명주

청양 술의 맛 세션이 시작하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임영순 명인과 며느리 최미옥 님이 사이좋게 걸어 나옵니다. 명인님은 늙은이의 이야기가 뭐가 재밌냐며 잠시 부끄러워하시더니, 금세 마이크를 잡고는 청양둔송구기주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해주셨습니다.

1958년 21살의 나이로 청양 종갓집에 시집온 명인님은 제사에 쓰이는 술을 직접 빚어야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엄해 만드는 방법도 제대로 여쭤보지 못하고 어깨너머로 따라 만들었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시어머니와 남편이 몇 잔이고 술을 마셔도, 다음 날 해장국을 찾지도 않고 멀쩡했던 것입니다. 색을 내기 위해 넣는 줄만 알았던 구기자가 약효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65년. 명인님은 아직도 옛 방식으로 술을 빚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느리에게 술 만드는 법을 전수했죠. 우리가 150년의 세월을 간직한 명주를 마주할 수 있는 이유는, 며느리에서 며느리에게로 넘어오는 이야기 덕분입니다.



은은한 흙 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약주

짙은 초록색 병에 담긴 청양둔송구기주를 새하얀 잔에 따르니, 마치 국화차를 우린 듯한 빛깔에 약간은 진해 보이는 술이 나옵니다. 동시에 달큰한 향이 코로 들어옵니다. 들어간 재료는 쌀과 누룩, 구기자 열매와 뿌리, 감초와 맥문동, 두충껍질 등의 약재. 단맛은 감초로만 잡았습니다. 약재가 많이 들어갔지만, 약재의 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아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한 모금 삼키니 은은한 달콤함과 함께 미세한 새콤함이 감돕니다. 당도가 있는지라 술이 정말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16도의 도수에도 알코올 향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는 구기자의 약간 알싸한 향이 드러납니다. 밑술을 만든 다음 덧술을 더하는 이양주인 청양둔송구기주. 먼저 쌀과 누룩으로 술을 빚은 다음, 구기자와 각종 재료를 10시간 넘도록 우린 후 술에 넣어 함께 발효시킵니다. 구기자 향이 묘하게 맴도는 이유겠죠. 가장 매력적인 점은 마신 후 입안에 남는 흙 향입니다. 마치 좋은 버섯에서 나는 듯한 약간은 텁텁한 향. 이 향이 사라지는 게 싫어 다시 술을 따라 입안에 천천히 담아봅니다. 한 잔만으로도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약주입니다.



1년에 딱 한 철, 구기자 순 나물

약주에 어울리는 안주도 함께 맛볼 수 있었습니다. 명인님께서 직접 만드신 부침개와 고사리나물, 구기자 순 나물이죠. 많은 양념이 없는 세 음식 모두 달큰하고 부드러운 약주와 어울리는 음식이었습니다. 안주 맛이 담백하니 술에 숨겨진 구기자와 흙 향이 더 잘 느껴졌습니다. 모두 맛있었지만, 가장 손이 많이 갔던 안주는 구기자 순 나물입니다. 1년에 딱 한 철에만 먹을 수 있다는 구기자 순. 야들야들 부드러운 나물을 오래 씹으니 고소함도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독특한 식감에 반해 나물을 다 먹을 때까지 다른 안주는 손댈 생각도 못 했습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벌다

맛있게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으니, 명인님께서 몰래 다가와 술 한 병을 챙겨가라며 건네주십니다. 명인님은 늘 아들과 며느리에게 ‘돈이 아니라 사람을 벌어야 한다.’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며느리가 비싼 약재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며 몰래 약재를 빼면, 명인님은 뺀 만큼 다시 넣고 한 움큼을 더 넣었죠. 돈이 되는 술이 아니라 맛있고 몸에 좋은 술을 만들어야 한다면서요. 며느님은 ‘우리는 바보처럼 병 모양도 아래가 움푹 들어간 병이 아니라 술이 더 많이 들어가는 평평한 병을 선택했어요.’ 하며 우스갯소리를 하셨습니다.

청양둔송구기주가 맛있었던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깨끗한 물도 좋은 구기자도 아닌, 사람을 위해 만든 술이라서요. 술에 담긴 향과 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The Taste Edit - 정상원 에디터
2024.10.20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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