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Work]삼겹살과 세상 어울리는 단짝, 대파와 쪽파



 

김정숙 농부의 대파와 쪽파

삼겹살과 세상 어울리는 단짝, 대파와 쪽파



삼겹살집 열에 아홉이 파무침을 내놓는 이유

기름진 삼겹살을 먹을 때 함께 하고 싶은 밑반찬 하나만 고르라면 무엇을 선택하실 건가요? 알싸한 파를 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친 파채 요리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이렇게 고기에 파채가 떠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에게 익숙한 식재료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퀘세틴, 알리신 등 파의 여러 성분은 삼겹살 등 기름진 돼지고기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매운 맛과 냄새를 내는 황화알릴은 소화를 돕고 식욕을 높일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에 풍부한 비타민 B1의 흡수를 돕는 등 돼지고기와 궁합이 좋은데요. 다만 황화알릴 성분은 열을 가하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익히기보다는 생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돼지고기와 먹기 좋은 생파 요리는 어떤 게 있을까요? 청양에서 40여 년간 파 농사를 지어온 김정숙 농부가 추천하는, 돼지고기와 먹기 좋은 생파 요리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파 레시피

김정숙 농부의 파 레시피는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청양의 특산물인 구기자나 이웃이 직접 담근 오디액이 들어가긴 하지만 두드러지는 맛은 아닌데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흔한 파무침에 40여 년의 청양 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에서 시집온 김정숙 농부는 청양의 이웃 어른들에게서 난 처음 농사를 배웠습니다. 최대한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방법이나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하는 방법 등 모두 동네 이웃들이 가르쳐준 것이었는데요. 심지어 몇 년 전까지 돼지를 키웠을 때도 냄새난다는 불평조차 없었던 이웃들에 대해 농부는 언제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정숙 농부는 급식이나 로컬푸드 매장에 반드시 무침용 채 썬 대파만 판매합니다. 대파를 판매하는 이웃과 경쟁하기보다 이웃이 하기 힘든 파채를 맡아 서로 빈자리를 채우고 돕기 위함입니다. 여성단체 회장, 주부모임 회장 등 마을단체 활동을 바쁜 농사일 중에도 계속하는 이유도 이웃과 어울리는 게 즐겁기 때문이죠. 그런 넉넉한 마음을 받아서인지 대파와 쪽파가 유난히 튼실해 보입니다. 



봄 쪽파로 만드는 쪽파 장아찌

10월경에 심은 쪽파는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빠르게 크면서 줄기가 굵어집니다. 굵은 쪽파를 장아찌로 담그면 식감이 부드럽고 명이나물과 비슷한 맛이 나서 고기와 잘 어울리는 밑반찬이 됩니다.

• 재료: 봄 쪽파, 간장/식초/매실액 1컵씩, 물 2L, 구기자 약간(선택)

1) 냄비에 물 2L와 간장, 식초, 매실액 1컵씩을 넣고 팔팔 끓입니다. 구기자는 거름망에 넣어 함께 끓인 다음 빼냅니다.
2) 깨끗이 씻고 다듬은 쪽파를 열탕 소독한 용기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3) 양념이 한 김 식으면 쪽파 위에 부어주고 뚜껑을 닫은 후 실온 보관합니다.
4) 이틀 정도 뒤에 쪽파를 건지고 양념을 한 번 더 끓여낸 다음, 식혀서 다시 쪽파와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합니다.
5) 한 달 정도 지나면 잘 익은 쪽파 장아찌가 완성됩니다.


가을 쪽파로 만든 쪽파김치

김장철을 앞두고 30일 정도 키운 쪽파는 크기도 먹기 적당하고 부드러워 바로 겉절이를 담아 먹어도 맛있습니다. 김정숙 농부는 청양에서 많이 나는 구기자 가루를 조금 넣어 달콤쌉싸름하게 완성했습니다.

• 재료: 가을 쪽파, 고춧가루 2컵, 멸치액젓 1컵, 사과/배 1개씩, 구기자 가루 약간(선택)

1) 쪽파를 찬물에 깨끗이 씻은 뒤 물기를 빼줍니다.
2) 사과는 갈고 배는 채를 썰어줍니다.
3) 쪽파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섞어 양념을 만듭니다. 구기자 가루는 조금만 넣습니다.
4) 쪽파를 가지런히 모아 하얀 부분에 양념을 듬뿍 묻힙니다.
5) 남은 양념을 쪽파의 파란 부분에 묻혀 줍니다.


5분이면 뚝딱! 파무침

삼겹살의 단짝 파무침은 대파를 채썰기만 하면 금방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국민 밑반찬입니다. 너무 달거나 신 맛을 싫어하는 김정숙 농부는 양념 재료 중 매실액과 식초를 조금 덜 넣고 대신 오디액을 살짝 추가했습니다. 

• 재료: 대파 2~3뿌리, 간장 3T, 고춧가루 2T, 식초 1.5T,  매실액 1T, 오디액 1T, 깨소금 약간, 구기자 가루 약간(선택)

1) 대파는 먹기 좋게 채를 썰어줍니다.
2) 채를 썬 대파는 10분 정도 물에 담가 매운맛을 빼줍니다.
3) 다른 양념 재료를 섞고 대파에 무쳐냅니다.


삼겹살과 파만큼 가까운 사이

흔히 지역 음식의 특별함을 새로운 맛이나 낯선 재료에서 찾게 됩니다. 그러나 정말 특별한 것은 음식보다는 작물을 키우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정숙 농부는 500평에 가까운 밭농사를 하면서 밭고랑과 밭둑에 사용하는 제초제 외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귀찮고 힘들어도 틈틈이 손으로 벌레를 잡는 이유는 내 이웃과 가족이 먹기 위해 키우는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 틈틈이 밭에서 벌레를 잡아주는 김정숙 농부

김장철을 앞둔 시기, 김정숙 농부는 쪽파김치를 담가 가족들과 구워 먹는 삼겹살에 곁들일 생각입니다. 밖에서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 손으로 직접 한 음식을 먹인다는 마음에 조금도 번거롭지 않습니다. 조만간 함께 먹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5분 정도 시간을 들여 파무침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삼겹살과 파의 궁합만큼이나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더욱 가까워질지도 모릅니다.

| 밭둑과 고랑 외에 제초제를 뿌리지 않은 김정숙 농부의 파밭에선 잡초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The Taste Edit - 이근학 에디터
2023. 10. 17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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