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미식회_어죽의 맛 어죽의 맛, 그리움의 맛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 하나쯤 있을 겁니다. 청양에서도 금강에 가까운 목면. 그곳에서 나고 자란 화양2리 방호경 이장님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친숙하고도 그리운 맛은 ‘어죽’입니다. 어죽이 다소 낯설 참가자들을 위해 방호경 이장님은 어죽 만드는 과정을 구수하고 담담한 어투로 전하며 청양미식회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가마솥에서 푹 고아 낸 시간만큼이나 깊은 맛 인근에 강가나 하천이 있는 마을에는 자연스레 민물고기를 넣은 음식 문화가 발달합니다. 생선을 가마솥에 뼈가 물렁물렁해질 정도로 푹 고아 체에 걸러낸 후 쌀이나 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 어죽도 그중 하나입니다. 방호경 이장님은 어죽의 비린내를 잡는 방법으로 물고기의 아가미 제거와, 2:1 비율로 고추장과 된장을 섞은 양념이 비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국수의 밀가루 성분 역시 어죽의 비린내를 잡는 역할을 하며 어죽의 참맛을 느끼게 합니다.
손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고요? 내륙에 있는 청양에서 어죽을 많이 먹었다고 하니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군은 충남 중심에 위치하고, 칠갑산이 자리 잡고 있어 산세 좋기로 유명하면서도 동시에 강과 하천이 흐르는 지역입니다. 방호경 이장님은 지금보다 강가에 물고기가 많았던 40여 년 전에는 그물이 아닌 손으로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며 그 시절을 기억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제방을 범람해 들어온 강물이 웅덩이를 만들고 그 안에 강물과 함께 휩쓸려온 물고기들이 있었다며 생생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 방호경 이장님의 젊은 시절
여전히 온정과 고마움을 나누는 음식 지금의 어죽은 향토 음식 또는 생소한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끼니 걱정을 하던 그 시절에는 속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음식이었습니다. 모내기 철이나 벼 수확 철이 되면 허기를 달래는 새참으로 항상 어죽을 끓였기에 동네 어디서든 손쉽게 어죽을 맛볼 수 있었다고 하죠. 오래 끓여야 하는 만큼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끓여 나누어 먹는 공동체 음식이기에, 마을 잔치와 같은 행사 때 다 같이 어죽을 먹었다고 합니다. 마을에 좋은 일이 있을 때, 고된 일을 하고 허기질 때 사람들과 함께 먹는 어죽 한 그릇은 유독 더 따뜻하고 맛있게 느껴졌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감기도 날려 버릴 뜨끈한 어죽 한 그릇 추억 속의 어죽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직접 맛볼 시간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죽에 들깻가루와 깻잎을 취향껏 얹어 국수와 함께 한 숟가락 입에 넣어봅니다. 걸쭉한 질감의 국물에서 칼칼한 고추장 양념, 생선에서 우러나오는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들깨와 깻잎 향이 한데 어우러져 향긋함, 구수함, 칼칼함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집니다. 이장님의 옛이야기와 한 그릇의 어죽으로 속을 뜨끈하게 데우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아갑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어죽의 모습 세월이 지나 환경이 바뀌며 어죽에 들어가는 물고기 종류도 조금씩 바뀌어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하천에서 철마다 나오는 계절 생선을 어죽에 활용했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농사 수확량 증대를 위한 농약 사용이 늘어났고, 그러면서 하천의 버들붕어, 송사리, 새우는 점차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손질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작은 생선보다는 몸집이 큰 붕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죠. 이전 세대가 기억하는 어죽과 지금의 어죽은 그 맛과 모습이 조금 다를지 모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변화를 인지하고, 예전의 모습 또한 기억하며 그 자체를 식문화로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식이 아닐까요? 가을의 초입, 뜨끈한 어죽의 맛을 나누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어죽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
청양미식회_어죽의 맛
어죽의 맛, 그리움의 맛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 하나쯤 있을 겁니다. 청양에서도 금강에 가까운 목면. 그곳에서 나고 자란 화양2리 방호경 이장님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친숙하고도 그리운 맛은 ‘어죽’입니다. 어죽이 다소 낯설 참가자들을 위해 방호경 이장님은 어죽 만드는 과정을 구수하고 담담한 어투로 전하며 청양미식회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가마솥에서 푹 고아 낸 시간만큼이나 깊은 맛
인근에 강가나 하천이 있는 마을에는 자연스레 민물고기를 넣은 음식 문화가 발달합니다. 생선을 가마솥에 뼈가 물렁물렁해질 정도로 푹 고아 체에 걸러낸 후 쌀이나 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 어죽도 그중 하나입니다. 방호경 이장님은 어죽의 비린내를 잡는 방법으로 물고기의 아가미 제거와, 2:1 비율로 고추장과 된장을 섞은 양념이 비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국수의 밀가루 성분 역시 어죽의 비린내를 잡는 역할을 하며 어죽의 참맛을 느끼게 합니다.
손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고요?
내륙에 있는 청양에서 어죽을 많이 먹었다고 하니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청양군은 충남 중심에 위치하고, 칠갑산이 자리 잡고 있어 산세 좋기로 유명하면서도 동시에 강과 하천이 흐르는 지역입니다. 방호경 이장님은 지금보다 강가에 물고기가 많았던 40여 년 전에는 그물이 아닌 손으로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며 그 시절을 기억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제방을 범람해 들어온 강물이 웅덩이를 만들고 그 안에 강물과 함께 휩쓸려온 물고기들이 있었다며 생생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 방호경 이장님의 젊은 시절
여전히 온정과 고마움을 나누는 음식
지금의 어죽은 향토 음식 또는 생소한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끼니 걱정을 하던 그 시절에는 속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음식이었습니다. 모내기 철이나 벼 수확 철이 되면 허기를 달래는 새참으로 항상 어죽을 끓였기에 동네 어디서든 손쉽게 어죽을 맛볼 수 있었다고 하죠. 오래 끓여야 하는 만큼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끓여 나누어 먹는 공동체 음식이기에, 마을 잔치와 같은 행사 때 다 같이 어죽을 먹었다고 합니다. 마을에 좋은 일이 있을 때, 고된 일을 하고 허기질 때 사람들과 함께 먹는 어죽 한 그릇은 유독 더 따뜻하고 맛있게 느껴졌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감기도 날려 버릴 뜨끈한 어죽 한 그릇
추억 속의 어죽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직접 맛볼 시간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죽에 들깻가루와 깻잎을 취향껏 얹어 국수와 함께 한 숟가락 입에 넣어봅니다. 걸쭉한 질감의 국물에서 칼칼한 고추장 양념, 생선에서 우러나오는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집니다. 들깨와 깻잎 향이 한데 어우러져 향긋함, 구수함, 칼칼함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집니다. 이장님의 옛이야기와 한 그릇의 어죽으로 속을 뜨끈하게 데우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아갑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어죽의 모습
세월이 지나 환경이 바뀌며 어죽에 들어가는 물고기 종류도 조금씩 바뀌어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하천에서 철마다 나오는 계절 생선을 어죽에 활용했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농사 수확량 증대를 위한 농약 사용이 늘어났고, 그러면서 하천의 버들붕어, 송사리, 새우는 점차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손질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작은 생선보다는 몸집이 큰 붕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죠.
이전 세대가 기억하는 어죽과 지금의 어죽은 그 맛과 모습이 조금 다를지 모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변화를 인지하고, 예전의 모습 또한 기억하며 그 자체를 식문화로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식이 아닐까요? 가을의 초입, 뜨끈한 어죽의 맛을 나누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어죽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2024.10.20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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