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aste Forum 네트워킹 파티_청양의 술과 주안상
과거의 유산 아래에서 누리는 연대
칠갑산에 어둠이 내리고 더 테이스트 포럼의 첫째 날이 저물어갑니다. 반나절 동안 지속가능한 미식에 관한 다양한 워크숍을 듣다 보니 포럼에 참석한 서로가 궁금해집니다. 처음 만나 점심을 먹을 때 감돌던 어색함은 사라지고 저녁 시간이 되자 테이블마다 대화의 꽃이 피어납니다. 저녁 식사 후 본격적으로 서로 알아가기 위한 네트워킹 파티가 펼쳐졌습니다.
네트워킹 파티는 달빛 트래킹으로 시작해 청양의 술과 주안상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달빛 트래킹은 도시의 빛과 소음에서 벗어나 오로지 달빛에 의존해 걸어보는 가벼운 밤 산책 코스입니다. 파티에 술과 음식이 빠질 수 없죠.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오니 다양한 청양 술과 주안상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한국 전통주 연구소 조태경 소믈리에가 청양의 술을, 맛깔손 신미경 님이 술에 어우러지는 주안상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청양의 밤 산을 걷다. 네트워킹 파티의 첫 코스는 청보리여행사와 함께하는 청양의 밤 산책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참석자들이 연회장 앞마당에 모였습니다. 친해지는 데에는 산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 장시간 워크숍을 들으며 굳어져 있던 몸을 깨우며 청보리 깃발을 따라나섰습니다. 밝은 빛이 모두 사라진 어두운 밤길을 발끝 감각에 의존한 채 걸었습니다. 조용히 달빛과 별빛 그리고 산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다가도 이내 유쾌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모습이 아닌 들리는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걷다 보니 넓은 터에 도착했습니다. 도시의 소음과 빛 공해에서 벗어나 동그랗게 선 우리는 청보리여행사 전귀정님의 안내에 따라 청양을 밝히는 별빛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청양의 밤을 마시다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탄성이 들립니다. 트래킹을 마치고 연회장에 돌아오니 테이블마다 여섯 종류의 전통주와 자리마다 네 종류의 잔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빛깔의 술을 저마다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쁩니다. 탁주로는 칠장주(백제인주조)와 술공방 9.0(두이술공방), 청주로는 청양둔송구기주(둔송구기주)와 구기홍주(두이술공방), 소주로는 겨울소주25와 겨울소주45(두이술공방)가 준비되었습니다. 모두 청양에서 만들어진 술입니다.
• 칠장주 재료와 빚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선사하는 전통주. 조태경 전통주 소믈리에가 각 술의 특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해주신 술은 일곱 가지 재료가 들어간 칠장주입니다. 칠갑산 7부 능선쯤에 백제시대 장군들이 훈련했던 터가 있는데 군사훈련을 하다가 다치면 이 술을 먹으면서 회복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마셔보니 자잘한 탄산과 깔끔한 맛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술을 마시며 부상의 고통을 견뎠을 백제의 장군들을 떠올렸습니다. 전통주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마시니 더욱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 술공방9.0, 구기홍주 다음으로 두이술공방 이윤범 님의 전통주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술공방 9.0은 전통 기법으로 주조한 막걸리입니다. 2020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탁주 부문 대상, 충남술 TOP10에 2년 연속 선정되었습니다. 단맛을 위한 아스파탐 없이 청양의 맑은 지하수와 햅쌀로 빚어 묵직한 쌀 향기가 일품이었습니다. 구기홍주는 청양 구기자와 맥문동이 들어간 붉은빛의 청주입니다. 2020년 우리술 품평회 기타주류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술에서는 크리스마스 향기가 난다.”고 표현하는 참석자가 있었습니다. 얼핏 크리스마스에 먹는 슈톨렌의 달큰한 향이 올라옵니다. 유심히 맡아보니 정향, 육두구와 함께 럼에 절인 과일 향이 납니다. 디저트와 잘 어울릴만한 술이었습니다.
• 겨울소주25, 겨울소주45 다양한 술을 한 잔씩 마시다 보니 따끈한 만두전골이 나왔습니다. 맑은 술에 어울릴만한 맑은 전골을 준비했다는 맛깔손 신미란 님의 설명을 들으며 국물을 한 수저 뜹니다. 맑고 매콤한 국물은 속을 편안하게 다스려주고 구기자 순이 들어간 만두는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었습니다. 여기에 두이술공방의 겨울소주25, 겨울소주45를 함께 마셨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인데다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아 깔끔하며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스트레이트보다 온더락이나 레몬 소다수에 희석해서 칵테일로 마시는 게 좋다는 조태경 전통주 소믈리에의 설명을 들으니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 청양 주안상 주안상으로는 청양 육전, 고추장떡, 표고버섯 부각, 구기자 카나페, 제주 지짐떡, 구기자순 만두전골이 준비되었습니다. 모두 술과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습니다. 청양 육전은 청양고추로 만든 고추지에 육전을 감싼 형태로 육전의 감칠맛과 고추의 칼칼한 맛이 좋았습니다. 고추장떡은 늘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던 시장 고추장떡이 이런 맛일까 상상하며 먹었습니다. 쫀득함으로 시작해 매콤하게 마무리 되는 맛의 조화가 신기했습니다. 달콤한 제주 지짐떡도 인상 깊었습니다. 찹쌀을 우유로 익반죽하고 기름에 부쳐낸 떡에 달큰한 소스가 발라져 있었습니다. 표고버섯 부각은 고소하고 짭조름해 감자 칩처럼 쉬지 않고 계속 입에 들어가는 위험한 맛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나페에는 청양 특산물인 구기자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달달이라는 품종으로 과일처럼 먹을 수 있도록 씨알이 다른 품종에 비해 크고 달콤한 맛이 났습니다.
청양의 술과 주안상이 이렇게 풍성할 줄 알았던가요. 조금씩 모두 다 맛보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아 신기하고 다채로운 맛에 한 잔 두 잔 마시며 안주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쯤에는 배가 불러 아쉬운 인사를 고해야 했습니다. 어느새 친해진 참석자들과 함께 술을 맛본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은 오늘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늘 과거의 유산 아래에서 풍족한 연결과 연대를 누렸습니다. |
The Taste Forum
네트워킹 파티_청양의 술과 주안상
과거의 유산 아래에서 누리는 연대
칠갑산에 어둠이 내리고 더 테이스트 포럼의 첫째 날이 저물어갑니다. 반나절 동안 지속가능한 미식에 관한 다양한 워크숍을 듣다 보니 포럼에 참석한 서로가 궁금해집니다. 처음 만나 점심을 먹을 때 감돌던 어색함은 사라지고 저녁 시간이 되자 테이블마다 대화의 꽃이 피어납니다. 저녁 식사 후 본격적으로 서로 알아가기 위한 네트워킹 파티가 펼쳐졌습니다.
네트워킹 파티는 달빛 트래킹으로 시작해 청양의 술과 주안상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달빛 트래킹은 도시의 빛과 소음에서 벗어나 오로지 달빛에 의존해 걸어보는 가벼운 밤 산책 코스입니다. 파티에 술과 음식이 빠질 수 없죠.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오니 다양한 청양 술과 주안상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한국 전통주 연구소 조태경 소믈리에가 청양의 술을, 맛깔손 신미경 님이 술에 어우러지는 주안상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청양의 밤 산을 걷다.
네트워킹 파티의 첫 코스는 청보리여행사와 함께하는 청양의 밤 산책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참석자들이 연회장 앞마당에 모였습니다. 친해지는 데에는 산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 장시간 워크숍을 들으며 굳어져 있던 몸을 깨우며 청보리 깃발을 따라나섰습니다. 밝은 빛이 모두 사라진 어두운 밤길을 발끝 감각에 의존한 채 걸었습니다. 조용히 달빛과 별빛 그리고 산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다가도 이내 유쾌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모습이 아닌 들리는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걷다 보니 넓은 터에 도착했습니다. 도시의 소음과 빛 공해에서 벗어나 동그랗게 선 우리는 청보리여행사 전귀정님의 안내에 따라 청양을 밝히는 별빛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청양의 밤을 마시다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탄성이 들립니다. 트래킹을 마치고 연회장에 돌아오니 테이블마다 여섯 종류의 전통주와 자리마다 네 종류의 잔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빛깔의 술을 저마다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쁩니다. 탁주로는 칠장주(백제인주조)와 술공방 9.0(두이술공방), 청주로는 청양둔송구기주(둔송구기주)와 구기홍주(두이술공방), 소주로는 겨울소주25와 겨울소주45(두이술공방)가 준비되었습니다. 모두 청양에서 만들어진 술입니다.
• 칠장주
재료와 빚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선사하는 전통주. 조태경 전통주 소믈리에가 각 술의 특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일 먼저 소개해주신 술은 일곱 가지 재료가 들어간 칠장주입니다. 칠갑산 7부 능선쯤에 백제시대 장군들이 훈련했던 터가 있는데 군사훈련을 하다가 다치면 이 술을 먹으면서 회복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마셔보니 자잘한 탄산과 깔끔한 맛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술을 마시며 부상의 고통을 견뎠을 백제의 장군들을 떠올렸습니다. 전통주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마시니 더욱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 술공방9.0, 구기홍주
다음으로 두이술공방 이윤범 님의 전통주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술공방 9.0은 전통 기법으로 주조한 막걸리입니다. 2020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탁주 부문 대상, 충남술 TOP10에 2년 연속 선정되었습니다. 단맛을 위한 아스파탐 없이 청양의 맑은 지하수와 햅쌀로 빚어 묵직한 쌀 향기가 일품이었습니다. 구기홍주는 청양 구기자와 맥문동이 들어간 붉은빛의 청주입니다. 2020년 우리술 품평회 기타주류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술에서는 크리스마스 향기가 난다.”고 표현하는 참석자가 있었습니다. 얼핏 크리스마스에 먹는 슈톨렌의 달큰한 향이 올라옵니다. 유심히 맡아보니 정향, 육두구와 함께 럼에 절인 과일 향이 납니다. 디저트와 잘 어울릴만한 술이었습니다.
• 겨울소주25, 겨울소주45
다양한 술을 한 잔씩 마시다 보니 따끈한 만두전골이 나왔습니다. 맑은 술에 어울릴만한 맑은 전골을 준비했다는 맛깔손 신미란 님의 설명을 들으며 국물을 한 수저 뜹니다. 맑고 매콤한 국물은 속을 편안하게 다스려주고 구기자 순이 들어간 만두는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었습니다. 여기에 두이술공방의 겨울소주25, 겨울소주45를 함께 마셨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인데다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아 깔끔하며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스트레이트보다 온더락이나 레몬 소다수에 희석해서 칵테일로 마시는 게 좋다는 조태경 전통주 소믈리에의 설명을 들으니 그 맛이 궁금해집니다.
• 청양 주안상
주안상으로는 청양 육전, 고추장떡, 표고버섯 부각, 구기자 카나페, 제주 지짐떡, 구기자순 만두전골이 준비되었습니다. 모두 술과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습니다. 청양 육전은 청양고추로 만든 고추지에 육전을 감싼 형태로 육전의 감칠맛과 고추의 칼칼한 맛이 좋았습니다. 고추장떡은 늘 어머니로부터 전해 듣던 시장 고추장떡이 이런 맛일까 상상하며 먹었습니다. 쫀득함으로 시작해 매콤하게 마무리 되는 맛의 조화가 신기했습니다. 달콤한 제주 지짐떡도 인상 깊었습니다. 찹쌀을 우유로 익반죽하고 기름에 부쳐낸 떡에 달큰한 소스가 발라져 있었습니다. 표고버섯 부각은 고소하고 짭조름해 감자 칩처럼 쉬지 않고 계속 입에 들어가는 위험한 맛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나페에는 청양 특산물인 구기자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달달이라는 품종으로 과일처럼 먹을 수 있도록 씨알이 다른 품종에 비해 크고 달콤한 맛이 났습니다.
청양의 술과 주안상이 이렇게 풍성할 줄 알았던가요. 조금씩 모두 다 맛보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아 신기하고 다채로운 맛에 한 잔 두 잔 마시며 안주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쯤에는 배가 불러 아쉬운 인사를 고해야 했습니다. 어느새 친해진 참석자들과 함께 술을 맛본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즐거웠습니다. 지속가능한 미식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은 오늘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늘 과거의 유산 아래에서 풍족한 연결과 연대를 누렸습니다.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the-taste-cheongya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