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만조 농부의 딸기 청양의 깊은 지하수를 머금은 딸기
지하수가 딸기 맛을 결정한다 뜨거웠던 여름날, 8동이 연결된 딸기 하우스에서 농부를 처음 만났습니다. 딸기가 유명하지 않은 청양에서 왜 딸기를 키우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청양이 딸기 재배에 이점이 있는지 묻는 말에 농부는 주저 없이 물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양액 재배는 딸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물에 섞어서 공급하는 농법입니다. 그래서 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약산성(pH* 6.5~6.8)을 띌 때 딸기가 영양소를 가장 잘 흡수합니다. 감사하게도 농장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딱 이 수치라고 합니다. 마치 격렬한 운동 후에 마시는 이온 음료처럼, 딸기도 농부가 지하수에 타 주는 양분을 쭉쭉 흡수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물만 좋으면 농사를 대충 지어도 된다고 하니, 물은 모든 생명에게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pH: 액체 안에 있는 수소이온 농도로 7.0이 중성, 7 미만은 산성, 7 초과는 알칼리성.
딸기를 위해 벌을 키우다 농장 주위를 걷다 보니 붕-붕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들립니다. 양봉 농가도 아닌데 벌통이 있는 것이 신기해 가까이 살펴봅니다. 딸기를 수분시키기 위해 사람이 하나하나 붓으로 꽃가루를 옮겨주거나, 수정용 벌을 구매하는 농가도 많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1년 내내 벌을 돌보고, 겨울에 수확된 딸기로 기쁨을 돌려받습니다. 옆 농가에서 농약을 잘못 뿌려서 벌이 폐사할 때도 있지만, 농부는 다시 벌을 모으며 자연적인 방법으로 딸기를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해충은 천적으로, 농약은 최후의 수단 딸기에 치명적인 천적은 응애와 진딧물입니다. 농약을 치면 쉽지만, 농부는 먼저 천적을 사용합니다. 응애 천적인 이리응애나 노린재를 농장에 풀어놓습니다. 그러면 천적이 해충을 잡아먹으면서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줄여나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잡히지 않을 때는 농약을 사용합니다. 사람에게도 달고 맛있는 딸기는 벌레에게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특히 잿빛곰팡이 균이나 응애가 휩쓸고 지나가면 1년 농사 매출이 절반도 못 미칩니다. 잎이 썩어버리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딸기가 맺히는 거죠. 그래서 농부는 딱 필요한 만큼만 사용합니다.
청양 1호 수경재배 딸기 농사짓기 전, 유만조 농부는 30년 동안 사업가였습니다. 그러다 2012년 겨울, 눈 내린 하얀 하우스 속 새빨간 딸기에 반해 귀농을 결심했죠. 귀농 초기에는 모든 게 맨땅의 헤딩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토경재배로 딸기를 키웠는데 몸이 너무 고됐죠. 그래서 청양에서는 처음으로 수경재배 딸기를 도전했습니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저녁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삶이었죠. 그러나 첫 해 농사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딸기 잎이 폐병 걸린 듯 서서히 시들더니 모두 죽어버린 거죠. 농부는 이때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그냥 하던 대로 토경재배를 할 걸 그랬나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내가 해놓은 게 있는데, 일단 다시 해본다!” 30년 사업을 하며 굴곡진 시간을 단단하게 버텨온 개척자 정신이 농사까지 이어진 겁니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보내는 1년 대부분 겨울에는 농사를 쉬지만, 딸기는 쉴 틈이 없습니다. 매년 5월부터 모종을 키우고 정식해서 딸기 묘를 정성껏 가꿉니다. 그렇게 키운 딸기를 초겨울인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수확하는 사이클이 빡빡합니다. 마치 1년 내내 육아를 하는 기분일까요. 딸기는 진정 1년 농사의 표본입니다. 이렇게 몸으로 배우고 노력해도 딸기는 1년에 딱 1번만 하는 실습이자 실전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자연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점점 기후 위기로 날이 따뜻해지고 겨울 온도도 올라가면서 딸기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겨울 작물이라 온도가 뜨겁고 습하면 뿌리가 썩어버리기 십상이니까요. 농부는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서 초심자의 마음으로 딸기를 재배합니다. 이런 마음이 황금딸기농장을 찾아주시는 사람들의 마음과 입에도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
유만조 농부의 딸기
청양의 깊은 지하수를 머금은 딸기
지하수가 딸기 맛을 결정한다
뜨거웠던 여름날, 8동이 연결된 딸기 하우스에서 농부를 처음 만났습니다. 딸기가 유명하지 않은 청양에서 왜 딸기를 키우는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청양이 딸기 재배에 이점이 있는지 묻는 말에 농부는 주저 없이 물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양액 재배는 딸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물에 섞어서 공급하는 농법입니다. 그래서 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약산성(pH* 6.5~6.8)을 띌 때 딸기가 영양소를 가장 잘 흡수합니다. 감사하게도 농장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딱 이 수치라고 합니다. 마치 격렬한 운동 후에 마시는 이온 음료처럼, 딸기도 농부가 지하수에 타 주는 양분을 쭉쭉 흡수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물만 좋으면 농사를 대충 지어도 된다고 하니, 물은 모든 생명에게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pH: 액체 안에 있는 수소이온 농도로 7.0이 중성, 7 미만은 산성, 7 초과는 알칼리성.
딸기를 위해 벌을 키우다
농장 주위를 걷다 보니 붕-붕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들립니다. 양봉 농가도 아닌데 벌통이 있는 것이 신기해 가까이 살펴봅니다. 딸기를 수분시키기 위해 사람이 하나하나 붓으로 꽃가루를 옮겨주거나, 수정용 벌을 구매하는 농가도 많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1년 내내 벌을 돌보고, 겨울에 수확된 딸기로 기쁨을 돌려받습니다. 옆 농가에서 농약을 잘못 뿌려서 벌이 폐사할 때도 있지만, 농부는 다시 벌을 모으며 자연적인 방법으로 딸기를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해충은 천적으로, 농약은 최후의 수단
딸기에 치명적인 천적은 응애와 진딧물입니다. 농약을 치면 쉽지만, 농부는 먼저 천적을 사용합니다. 응애 천적인 이리응애나 노린재를 농장에 풀어놓습니다. 그러면 천적이 해충을 잡아먹으면서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줄여나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잡히지 않을 때는 농약을 사용합니다. 사람에게도 달고 맛있는 딸기는 벌레에게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특히 잿빛곰팡이 균이나 응애가 휩쓸고 지나가면 1년 농사 매출이 절반도 못 미칩니다. 잎이 썩어버리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딸기가 맺히는 거죠. 그래서 농부는 딱 필요한 만큼만 사용합니다.
청양 1호 수경재배 딸기
농사짓기 전, 유만조 농부는 30년 동안 사업가였습니다. 그러다 2012년 겨울, 눈 내린 하얀 하우스 속 새빨간 딸기에 반해 귀농을 결심했죠. 귀농 초기에는 모든 게 맨땅의 헤딩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토경재배로 딸기를 키웠는데 몸이 너무 고됐죠. 그래서 청양에서는 처음으로 수경재배 딸기를 도전했습니다. 낮에는 농사를 짓고 저녁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삶이었죠.
그러나 첫 해 농사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딸기 잎이 폐병 걸린 듯 서서히 시들더니 모두 죽어버린 거죠. 농부는 이때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그냥 하던 대로 토경재배를 할 걸 그랬나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내가 해놓은 게 있는데, 일단 다시 해본다!” 30년 사업을 하며 굴곡진 시간을 단단하게 버텨온 개척자 정신이 농사까지 이어진 겁니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보내는 1년
대부분 겨울에는 농사를 쉬지만, 딸기는 쉴 틈이 없습니다. 매년 5월부터 모종을 키우고 정식해서 딸기 묘를 정성껏 가꿉니다. 그렇게 키운 딸기를 초겨울인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수확하는 사이클이 빡빡합니다. 마치 1년 내내 육아를 하는 기분일까요. 딸기는 진정 1년 농사의 표본입니다.
이렇게 몸으로 배우고 노력해도 딸기는 1년에 딱 1번만 하는 실습이자 실전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자연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점점 기후 위기로 날이 따뜻해지고 겨울 온도도 올라가면서 딸기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겨울 작물이라 온도가 뜨겁고 습하면 뿌리가 썩어버리기 십상이니까요. 농부는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서 초심자의 마음으로 딸기를 재배합니다. 이런 마음이 황금딸기농장을 찾아주시는 사람들의 마음과 입에도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2024. 08. 15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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