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진 농부의 표고버섯 첫맛부터 끝맛까지 좋은 표고버섯
느리지만 균일한 일품 버섯균 사과나 딸기의 품종이 다양한 것처럼, 표고버섯도 종균이 다양합니다. 2~3개월 만에 쑥 자라는 균도 있지만, 5~6개월간 천천히 자라는 균도 있습니다. 또 동시에 여기저기서 다발로 올라오는 균도 있고, 듬성듬성 기간을 두고 순서대로 올라오는 균도 있습니다. 윤시진 농부는 기다림이 필요한 저온성 종균으로 표고를 키웁니다. 양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빨리 키워서 파는 게 좋지만, 농부는 맛과 향을 지키기 위해 서서히 시간을 들입니다. 그 차이는 첫 수확이 아니라 3~4번째 수확부터 드러납니다. 표고버섯은 일반적으로 7~8번까지 수확을 합니다. 처음 수확했을 때의 퀄리티를 마지막 수확까지 유지하는 건 쉽지 않죠. 처음에 힘을 빠르게 쏟은 균은 점점 좋은 표고버섯을 내기 어렵습니다. 100m 달리기 선수가 마라톤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윤시진 농부가 키우는 표고는 마지막까지 모양과 맛이 일정합니다.
땅심부터 직접 챙기는 농부 다른 모든 작물이 그렇듯, 표고도 땅심이 중요합니다. 다른 작물과 차이가 있다면, 표고의 땅은 배지입니다. 윤시진 농부는 참나무 원목 재배를 고민했지만, 결국 톱밥 배지로 표고를 키웁니다. 농부가 키우는 표고는 톱밥 배지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죠. 또 원목재배는 20kg 이상 나무를 자주 이리저리 굴려주거나 옮겨줘야 해서 몸에 무리도 많이 갑니다. 농부가 버섯과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톱밥이 제격입니다. 그렇다고 톱밥 배지를 쉽게 만드는 건 아닙니다. 100% 참나무만을 사용한 톱밥에 갓 도정한 미강*과 굴 껍데기 가루를 섞어서 배지를 만듭니다. 처음에는 석회석 가루를 사용했지만, 여러 테스트를 통해서 굴 껍데기가 버섯 향도 강하고 육질도 단단해져서 저장기간도 길어진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배지에 균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배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공기 중에 있는 곰팡이가 배지로 들어가서 배지를 못 쓰게 되기도 합니다. 몇몇 농가들은 이렇게 오염된 배지가 아까워서 다시 살균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윤시진 농부는 전량 폐기합니다. 내가 재배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건 소비자 마음에도 걸린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미강: 벼에서 왕겨를 제거한 다음 현미를 백미로 도정하는 공정에서 분리되는 고운 속껍질 가루
흙바닥 위에서 키우는게 항상 좋을까? 버섯이 자라는 재배동 바닥은 콘크리트입니다. 흙바닥이 아니라 실망하셨을까요? 농부는 콘크리트바닥이라 표고버섯이 더 청결하고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표고의 재배 환경은 수분과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물을 뿌려서 환경을 조절합니다. 당연히 바닥에 물이 닿으면 젖거나 습해지죠. 콘크리트 바닥은 수분이 금방 날아가서 뽀송뽀송하지만, 흙은 물을 머금기 때문에 거기서 다양한 생물이 자라납니다. 해충뿐만 아니라 균이 살기에도 좋은 환경이 됩니다. 또 외부에서 벌레가 들어오기도 쉽죠. 흙은 생명의 근원이지만 동시에 버섯의 청결함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농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기보다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농부는 버섯에 더 좋은 게 뭔지 오늘도 고민합니다.
버섯은 괴롭혀야 퀄리티가 높아진다 청양은 버섯을 괴롭히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이번 여름은 전국이 찜통이지만 청양의 밤은 선선하기만 합니다. 10~15도 이상의 일교차 속에서 표고는 적응하기 위해 몸을 단단하게 하고 향을 더 깊숙이 품습니다. '나를 죽이지 않은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이 표고를 보면서 떠오릅니다.
농부의 불만족이 만드는 고객만족 종종 버섯 농사는 쉬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적당한 온도에서 자라는 버섯을 ‘따기만 하면 된다’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부의 일상은 상상과 다릅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자정에 마무리됩니다. 밥 먹는 시간과 참(간식)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걷고 또 걷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후회도 많았습니다. 명절과 휴일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문의 전화와 택배 배송까지 모두 농부의 몫입니다. 힘든 동시에 농부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키워드는 '만족'입니다. 농부는 여전히 새로운 표고를 1년에 1번 이상 꼭 테스트합니다. 청양의 환경과 하우스에 맞는 균을 찾는 겁니다. 농부에게 좋은 표고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죠. 농부의 불만족이 농부를 농부로 있게 합니다. 동시에 표고를 사 먹는 고객들의 후기와 만족스러운 피드백이 농부를 움직이게 합니다. 쫀득하고 쫄깃쫄깃한 표고를 먹고 단골이 되거나 선물용으로 지인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는 농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윤시진 농부의 표고버섯
첫맛부터 끝맛까지 좋은 표고버섯
느리지만 균일한 일품 버섯균
사과나 딸기의 품종이 다양한 것처럼, 표고버섯도 종균이 다양합니다. 2~3개월 만에 쑥 자라는 균도 있지만, 5~6개월간 천천히 자라는 균도 있습니다. 또 동시에 여기저기서 다발로 올라오는 균도 있고, 듬성듬성 기간을 두고 순서대로 올라오는 균도 있습니다. 윤시진 농부는 기다림이 필요한 저온성 종균으로 표고를 키웁니다.
양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빨리 키워서 파는 게 좋지만, 농부는 맛과 향을 지키기 위해 서서히 시간을 들입니다. 그 차이는 첫 수확이 아니라 3~4번째 수확부터 드러납니다. 표고버섯은 일반적으로 7~8번까지 수확을 합니다. 처음 수확했을 때의 퀄리티를 마지막 수확까지 유지하는 건 쉽지 않죠. 처음에 힘을 빠르게 쏟은 균은 점점 좋은 표고버섯을 내기 어렵습니다. 100m 달리기 선수가 마라톤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윤시진 농부가 키우는 표고는 마지막까지 모양과 맛이 일정합니다.
땅심부터 직접 챙기는 농부
다른 모든 작물이 그렇듯, 표고도 땅심이 중요합니다. 다른 작물과 차이가 있다면, 표고의 땅은 배지입니다. 윤시진 농부는 참나무 원목 재배를 고민했지만, 결국 톱밥 배지로 표고를 키웁니다. 농부가 키우는 표고는 톱밥 배지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죠. 또 원목재배는 20kg 이상 나무를 자주 이리저리 굴려주거나 옮겨줘야 해서 몸에 무리도 많이 갑니다. 농부가 버섯과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톱밥이 제격입니다.
그렇다고 톱밥 배지를 쉽게 만드는 건 아닙니다. 100% 참나무만을 사용한 톱밥에 갓 도정한 미강*과 굴 껍데기 가루를 섞어서 배지를 만듭니다. 처음에는 석회석 가루를 사용했지만, 여러 테스트를 통해서 굴 껍데기가 버섯 향도 강하고 육질도 단단해져서 저장기간도 길어진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배지에 균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배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공기 중에 있는 곰팡이가 배지로 들어가서 배지를 못 쓰게 되기도 합니다. 몇몇 농가들은 이렇게 오염된 배지가 아까워서 다시 살균해 사용한다고 하지만, 윤시진 농부는 전량 폐기합니다. 내가 재배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건 소비자 마음에도 걸린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미강: 벼에서 왕겨를 제거한 다음 현미를 백미로 도정하는 공정에서 분리되는 고운 속껍질 가루
흙바닥 위에서 키우는게 항상 좋을까?
버섯이 자라는 재배동 바닥은 콘크리트입니다. 흙바닥이 아니라 실망하셨을까요? 농부는 콘크리트바닥이라 표고버섯이 더 청결하고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표고의 재배 환경은 수분과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물을 뿌려서 환경을 조절합니다. 당연히 바닥에 물이 닿으면 젖거나 습해지죠.
콘크리트 바닥은 수분이 금방 날아가서 뽀송뽀송하지만, 흙은 물을 머금기 때문에 거기서 다양한 생물이 자라납니다. 해충뿐만 아니라 균이 살기에도 좋은 환경이 됩니다. 또 외부에서 벌레가 들어오기도 쉽죠. 흙은 생명의 근원이지만 동시에 버섯의 청결함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농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기보다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농부는 버섯에 더 좋은 게 뭔지 오늘도 고민합니다.
버섯은 괴롭혀야 퀄리티가 높아진다
청양은 버섯을 괴롭히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이번 여름은 전국이 찜통이지만 청양의 밤은 선선하기만 합니다. 10~15도 이상의 일교차 속에서 표고는 적응하기 위해 몸을 단단하게 하고 향을 더 깊숙이 품습니다. '나를 죽이지 않은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이 표고를 보면서 떠오릅니다.
농부의 불만족이 만드는 고객만족
종종 버섯 농사는 쉬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적당한 온도에서 자라는 버섯을 ‘따기만 하면 된다’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부의 일상은 상상과 다릅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자정에 마무리됩니다. 밥 먹는 시간과 참(간식)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걷고 또 걷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후회도 많았습니다. 명절과 휴일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문의 전화와 택배 배송까지 모두 농부의 몫입니다.
힘든 동시에 농부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키워드는 '만족'입니다. 농부는 여전히 새로운 표고를 1년에 1번 이상 꼭 테스트합니다. 청양의 환경과 하우스에 맞는 균을 찾는 겁니다. 농부에게 좋은 표고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죠. 농부의 불만족이 농부를 농부로 있게 합니다. 동시에 표고를 사 먹는 고객들의 후기와 만족스러운 피드백이 농부를 움직이게 합니다. 쫀득하고 쫄깃쫄깃한 표고를 먹고 단골이 되거나 선물용으로 지인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는 농부에게 큰 힘이 됩니다.
2024. 08. 27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the-taste-cheongya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