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록 농부의 고춧가루 이 고춧가루가 올해 당신의 김장을 바꿉니다. 김장 준비보다 고민이 먼저라면 매년 돌아오는 김장철, 재료 준비보다 고민이 앞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올해 고춧가루는 또 어디서 사야 할지, 행여 건조나 제분 과정에서 불순물이 담기지 않을지 걱정은 기본이죠. 큰마음 먹고 담근 김치 빛깔이 영 먹음직스럽지 않아 스트레스받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 마음을 전부 이해하는 농부의 고춧가루를 소개합니다.
빛깔과 맛을 결정하는 건 바로 통통한 속살 이성록 농부님은 고추 농사를 시작하기 전 김치 전문기업의 연구소에서 근무했습니다. 10년간 일하며 쌓은 김치와 고추에 관한 지식은 좋은 고추와 고춧가루를 구분하는 눈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농부님에게 질 좋은 고춧가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묻자, 고추 속이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안쪽의 살이 통통하게 잡혀 당분*이 가득한 고추는 김치 빛깔은 물론 맛까지 살리는 공신이라는 겁니다. 건조가 까다로워도 피가 두꺼운 고추를 재배하는 이유입니다. *고추의 당분은 우리가 아는 단맛뿐만 아니라 매운맛과 감칠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단면을 갈라본 고추. 고추 안쪽의 도톰한 두께가 품질을 짐작하게 합니다.
고추가 더 좋아하는 수경재배 고추를 재배할 때 맛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이성록 농부님이 토경재배에서 수경재배로 전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땅에서 농사를 반복하면 작물이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품질이 떨어지는데 수경재배는 고형배지*와 양액을 사용하니 품질 관리가 용이합니다. 땅의 온도와 습기로부터 자유로우니 여름철 고추에 치명적인 습기를 관리하는 데도 효과적이죠. 사시사철 좋은 환경을 제공하니 흔한 병충해로 피해를 볼 일도 적어졌습니다. 자동화된 시스템 역시 고추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양액 분사기는 농도와 시간대를 설정하면 주기적으로 고추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양액을 공급합니다. 스프링클러는 고추의 수정이 잘 이루어지도록 습도를 조절합니다. 토경재배를 할 때와 달리 영양분과 수분이 고루 공급되니 위쪽에 달린 고추와 아래쪽에 달린 고추의 크기나 질에 차이가 없습니다. 통통한 과육도 이처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얻은 결과물입니다. *고형배지: 코코넛 껍질, 화산 지역에서 나온 원석 등 영양분이 많은 고형의 인공 토양입니다. | 양액 분사기에 설정한 농도로 정해진 시간마다 양액이 공급됩니다.
잘 키운 고추의 끝은 깔끔한 제분 고추가 빨간빛으로 곧게 뻗어 오동통한 속을 자랑하면 수확할 때입니다. 처음부터 꼭지를 제외하고 수확하니 추가 작업이 필요 없고, 고추가 오염되거나 신선도가 떨어질 걱정도 없죠. 수확된 고추는 실내 작업장에 위치한 열풍 건조기로 55도에서 이틀 반을 말린 후, 방앗간에서 제분합니다. 자동화된 설비로 쇳가루는 물론 불순물이 더해질 염려 없이 제분 후 바로 포장됩니다. 인터뷰 내내 ‘깔끔함’을 이야기했던 농부님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 자동화된 설비로 건고추가 오염될 일 없이 제분, 포장까지 깔끔합니다. Tip. 농부님의 고춧가루는 순한 매운맛, 보통 매운맛 2가지로 구분됩니다. 사람마다 맵기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지만 최고 맵기가 5점 만점일 때, 순한 매운맛은 2~2.5점, 보통 매운맛은 3~3.5점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는 보통 매운맛을 받아 겉절이를 해 먹어보았는데, 신라면을 어려움 없이 먹는 사람으로서 처음 먹었을 때는 맵지 않았지만 익으면 익을수록 맵싸했습니다.
더할 것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한 빛과 맛 촬영을 끝내고 농부님이 자신하신 맛과 ‘때깔’ 확인을 위해 겉절이를 했습니다. 사진에 담기지 않을 만큼 선명한 빨간 빛은 농익은 고추와 닮아있었습니다. 보통 김치류는 첫입을 먹었을 때 ‘라면이랑 먹어야겠다’, ‘곰탕용이다’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 겉절이는 흰 쌀밥용이었습니다. 같이 먹는 음식의 개성이 강하지 않아도 충분한 그 맛. 고추와 고춧가루를 내밀며 자신하던 농부님의 미소가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이성록 농부의 고춧가루
이 고춧가루가 올해 당신의 김장을 바꿉니다.
김장 준비보다 고민이 먼저라면
매년 돌아오는 김장철, 재료 준비보다 고민이 앞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올해 고춧가루는 또 어디서 사야 할지, 행여 건조나 제분 과정에서 불순물이 담기지 않을지 걱정은 기본이죠. 큰마음 먹고 담근 김치 빛깔이 영 먹음직스럽지 않아 스트레스받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 마음을 전부 이해하는 농부의 고춧가루를 소개합니다.
빛깔과 맛을 결정하는 건 바로 통통한 속살
이성록 농부님은 고추 농사를 시작하기 전 김치 전문기업의 연구소에서 근무했습니다. 10년간 일하며 쌓은 김치와 고추에 관한 지식은 좋은 고추와 고춧가루를 구분하는 눈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농부님에게 질 좋은 고춧가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묻자, 고추 속이 중요하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안쪽의 살이 통통하게 잡혀 당분*이 가득한 고추는 김치 빛깔은 물론 맛까지 살리는 공신이라는 겁니다. 건조가 까다로워도 피가 두꺼운 고추를 재배하는 이유입니다.
*고추의 당분은 우리가 아는 단맛뿐만 아니라 매운맛과 감칠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단면을 갈라본 고추. 고추 안쪽의 도톰한 두께가 품질을 짐작하게 합니다.고추가 더 좋아하는 수경재배
고추를 재배할 때 맛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이성록 농부님이 토경재배에서 수경재배로 전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땅에서 농사를 반복하면 작물이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품질이 떨어지는데 수경재배는 고형배지*와 양액을 사용하니 품질 관리가 용이합니다. 땅의 온도와 습기로부터 자유로우니 여름철 고추에 치명적인 습기를 관리하는 데도 효과적이죠. 사시사철 좋은 환경을 제공하니 흔한 병충해로 피해를 볼 일도 적어졌습니다.
자동화된 시스템 역시 고추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양액 분사기는 농도와 시간대를 설정하면 주기적으로 고추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양액을 공급합니다. 스프링클러는 고추의 수정이 잘 이루어지도록 습도를 조절합니다. 토경재배를 할 때와 달리 영양분과 수분이 고루 공급되니 위쪽에 달린 고추와 아래쪽에 달린 고추의 크기나 질에 차이가 없습니다. 통통한 과육도 이처럼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얻은 결과물입니다.
*고형배지: 코코넛 껍질, 화산 지역에서 나온 원석 등 영양분이 많은 고형의 인공 토양입니다.
| 양액 분사기에 설정한 농도로 정해진 시간마다 양액이 공급됩니다.
잘 키운 고추의 끝은 깔끔한 제분
고추가 빨간빛으로 곧게 뻗어 오동통한 속을 자랑하면 수확할 때입니다. 처음부터 꼭지를 제외하고 수확하니 추가 작업이 필요 없고, 고추가 오염되거나 신선도가 떨어질 걱정도 없죠. 수확된 고추는 실내 작업장에 위치한 열풍 건조기로 55도에서 이틀 반을 말린 후, 방앗간에서 제분합니다. 자동화된 설비로 쇳가루는 물론 불순물이 더해질 염려 없이 제분 후 바로 포장됩니다. 인터뷰 내내 ‘깔끔함’을 이야기했던 농부님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 자동화된 설비로 건고추가 오염될 일 없이 제분, 포장까지 깔끔합니다.
Tip. 농부님의 고춧가루는 순한 매운맛, 보통 매운맛 2가지로 구분됩니다. 사람마다 맵기를 느끼는 정도가 다르지만 최고 맵기가 5점 만점일 때, 순한 매운맛은 2~2.5점, 보통 매운맛은 3~3.5점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는 보통 매운맛을 받아 겉절이를 해 먹어보았는데, 신라면을 어려움 없이 먹는 사람으로서 처음 먹었을 때는 맵지 않았지만 익으면 익을수록 맵싸했습니다.
더할 것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한 빛과 맛
촬영을 끝내고 농부님이 자신하신 맛과 ‘때깔’ 확인을 위해 겉절이를 했습니다. 사진에 담기지 않을 만큼 선명한 빨간 빛은 농익은 고추와 닮아있었습니다. 보통 김치류는 첫입을 먹었을 때 ‘라면이랑 먹어야겠다’, ‘곰탕용이다’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 겉절이는 흰 쌀밥용이었습니다. 같이 먹는 음식의 개성이 강하지 않아도 충분한 그 맛. 고추와 고춧가루를 내밀며 자신하던 농부님의 미소가 이해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024. 07. 15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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