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Work]청양맛축제_그 자체로 미식, 토종 콩(청양미식회)



 

청양미식회_토종 콩의 맛

그 자체로 미식, 토종 콩

 


파란 하늘과 황금빛 벼가 아름다웠던 지난 10월, 청양맛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축제는 청양의 맛과 멋을 즐기기 위한 행사로, 청양미식회,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부스 등 다양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청양미식회는 어죽의 맛, 전통 장의 맛, 토종 콩의 맛, 전통주의 맛을 주제로 각각 진행되었는데, 그중 세 번째 프로그램인 토종 콩의 맛에 참가했습니다.


모든 품종의 시작, 토종

대다수 사람이 청양군 하면 고추를 많이 떠올립니다. 구기자도 유명하죠. ‘그런데 갑자기 웬 토종 콩?’ 처음 청양미식회의 주제를 봤을 때 떠오른 생각입니다.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행사가 열리는 H2O센터(구 고추문화마을) 1층에서 이원호 농부를 만났습니다. 농부의 강연을 들을수록 우리 것을 지켜가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원호 농부는 토종을 고집하는 농부입니다. 무엇이 그를 결심하게 했을까요? 이원호 농부는 그 계기를 초등학생 시절 식물을 키웠던 경험에서 찾았습니다. 식물이 잘 자라지 않자, 도서관에 다니며 관련 문헌을 찾았고 시간이 지나 그 관심이 토종의 소중함을 생각하기까지 자라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 콩 농사를 짓게 된 그는 토종이 없으면 개량종, 신품종도 나올 수 없다고 말하며 토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블라인드 테이스팅

청양미식회에 모인 사람들을 위해 이원호 농부는 특별한 것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콩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었죠. 각 자리에는 농부가 직접 농사지은 이름 모를 콩 두 가지와 두유 두 가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몰라서 맞출 수 없는

두 가지 콩 모두 동글동글한 모양에 크기도 비슷했습니다. 다만, A콩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B콩은 베이지색과 매끄러운 표면이 흡사 진주알 같았습니다. 콩과 두유를 직접 먹어보니 두 콩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A콩은 콩의 풋풋한 향이 입안에 남았습니다. 반면, B콩은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났습니다. 콩을 생으로 먹어본 경험도 없거니와 두유의 맛조차도 새로웠습니다. 결국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정답을 맞히지는 못했지만, 콩을 즐기는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답은 무엇이었을까요? A콩은 제주 푸른독새기콩, B콩은 눈검정콩이었습니다.


토종 콩을 지키는 청년 농부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끝난 후에 이원호 농부는 자신의 농사와 철학에 대해 들려주셨습니다. 농부는 사실 토종 콩 70여 종과 여러 작물을 기르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다품종이기 때문에 드는 품이 많고, 개량종에 비해 모양과 크기가 고르지 않아 시장성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통 채널도 직거래와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한정하고 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원호 농부는 소비자들의 식탁에 토종이 많이 올라가도록, 그래서 후세에도 토종이 이어지도록 종자 보급과 토종의 맛을 널리 알리는 일에 힘쓸 것이라고 합니다.


토종 콩, 그 자체로 미식

복잡하고 정교한 요리법,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로 만든 음식만이 미식일까요? 미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식의 사전적 정의 또한 ‘좋은 음식. 그러한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부재료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온전히 느꼈던 토종 콩은 고소함, 그리고 특유의 단맛을 가진 충분히 좋은 음식이었습니다. 다른 다양한 토종 콩들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 자체로 미식이었던 토종 콩. 식탁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도록 먹어서 응원해야겠습니다.




The Taste Edit - 양지현 에디터
2024.10.20

본 콘텐츠는 더테이스트 청양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더 테이스트 에디트는 더테이스트 청양의 로컬에디터 육성프로그램입니다. '나의 부캐, 로컬에디터'라는 부제처럼 꼭 지역에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 여유시간을 활용해 지역과 관계맺고 취재, 콘텐츠 제작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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